가장 큰 모바일 컨퍼런스라는 MWC, 현장 분위기는 어땠을까?
기술 스타트업의 마케터로서 전시회에 자주 방문하는 편이다. 이번에는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9에서 전시 부스 행사를 도맡아 진행했다. 사실, 돌아온지 만 하루도 채 되지 않았다. 가서 느낀 것들을 간단히 공유하고자 피곤한 시차를 뒤로 하고 노트북을 펼쳤다. 두서 없이 단상 위주로 나열해보려고 한다. 전시 참여 회사측으로서, 또 모바일 폰 시장 소비자로서 여러 생각이 섞여 있다.
모바일 시장 전문가는 아니다. 수정/추가할 내용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시길.
1. MWC 행사 전반적인 인상
행사는 2/25 - 2/28까지 4일간 진행되었는데 첫날부터 마지막날까지 유동인구가 꽤 많다. 다른 전시회의 경우, 첫날만 북적이고 다른날은 파리날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장 큰 모바일쪽 컨퍼런스라더니 과연 틀린 말은 아니다.
전시 회사는 핸드폰 제조업체(삼성, LG, 화웨이 등)과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하드웨어 업체가 주를 이룬다. 홀8과 8.1쪽에는 콘텐츠 개발사가 몰려 있으니, 콘텐츠/소프트웨어에 더 관심이 있다면 그 쪽을 잊지말고 둘러보자.
2. 유동인구
작년의 경우 100,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MWC에 참여하였다.* 사업에 관심이 많은 유의미한 트래픽이 많았다. 실제 파트너쉽보단 벤처 투자 목적으로 신기술 및 솔루션을 파악하러 오는 경우가 많아서, CES와 비교하면 거래가 성사될 확률은 낮다고 한다. CES는 pricing table 및 연동 플랫폼 등을 묻고 실제 딜 성사를 이룰만한 비즈뎁 비율이 더 높은 듯. 그럼에도 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연결시켜줄 수 있는 유의미한 네트워크를 쌓기에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TMI: 바르셀로나는 1.6M 인구의 작은 도시다. 비교군으로 서울은 10M 인구. MWC만으로 0.1M의 사람들, 그리고 매년 32M의 관광객이 몰아닥치는 신기한 동네이다. 그래서 바르셀로나는 베네치아와 함께 tourism과 gentrification을 합친 ‘tourification'으로 진통을 앓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3. 모바일 핸드폰 제조사들 부스 비교
1) 삼성 & 화웨이의 foldable phone:
flexible display를 사용하여 화제가 되고 있는 폴더블폰을 볼 수 있었다! 근데, 진짜 볼 수만 있었다. 둘 다 유리장에 가둬서 유물처럼 전시해놨다. 만져볼 수 있을 줄 알고 기대했는데 아쉬웠다. 친구에게 말해줬더니 뭔가 물리적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아서 저렇게 가둔거 아니냐며 탐탁지 않아 했다.
2) LG:
인공 라이팅 기능, 핸드모션 기능을 시도해볼 수 있었다. 인공 라이팅은 라이팅이 안 좋은 곳에서도 완벽한 라이팅의 셀카를 찍을 수 있게 해주고, 핸드모션은 손을 대지 않고도 볼륨을 줄이거나 사진을 찍게 해주는 기능이었다. 듣기만 하면 매력적인 기능인데, 실제로 해보면 조잡하다. 오 신기하네 정도.
그 기능만으로도 핸드폰이 갖고 싶어진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사진/영상 전문가와 UX 전문가 등으로 프로젝트 협업이 잘 되었으면 훨씬 완성도 있게 구현되었을 것이다. 오로지 개발자가 주도하고 매니징해서 ‘구현하다’에 목표를 둔 기능 같았다… 마치, 4-50대 아저씨가 "음 요즘 애들은 뭘좋아하나~”하고 사온 색깔만 휘양찬란하고 맛없는 과자 같은 느낌.
3) Huawei:
화웨이는 중국의 New Cool이 되고 싶은가보다. 중국과 촌스러운 것을 연결시키는 건 이미 구시대적이다. 중국의 거대한 소비층은 점점 더 세련되어지고 있다. 화웨이는 이 중국의 new cool들과 함께 궤도를 하고 싶어한다.
핸드폰 전시 방식도 마치 상하이 구석 어딘가 갤러리, 혹은 현대 미술관에 걸려있을 법한 전시 방식을 택했다. 그래서 갤럭시보다 더 비싼 폴더블폰을 내놓고 하이엔드로 포지셔닝을 하려고 하나보다. 그게 잘 먹힐지는…아직까지는 의문이지만!
4) 모토롤라:
블랙베리의 전성기를 기억하고 있는 나로써는, 반가운 로고에 잠깐 기분이 좋아졌었다. 그렇지만 음... 최악의 모바일폰 제조사 부스가 아니였을까? 재기하긴 그른 듯 하다.
스피커와 결합된 스마트폰은 유용해보이지도 않을 뿐더러 괴이하다… 디자인상으로도 예쁘지 않고 핸드폰은 더 두껍고 무거워졌으며 재질도 고급진 느낌이 나지 않는다.
5) 전반적 트랜드: 역시 핸드폰은 카메라?!
소니는 Xperia 1을 선보이며, 시네마틱 비디오 효과, high resolution으로 자동 편집해주는 모바일 기능을 강조했다. LG의 요상한 인공 라이팅도 셀카족들을 노린 게 분명하다.
안드로이드 부스 벽면에는 대놓고 아이폰과 픽셀 사진 퀄리티를 비교하는 작은 데모를 전시했다. 삼성은 새로운 기능은 없었지만 슬로우모드, 갤럭시를 여러대 활용하여 instagramable한 3D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참여형 부스를 제작했다.
결국, 요새 같은 SNS 시대에는 '이렇게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어’가 시장 점유율을 판가름 짓는가보다. 나만 해도, 핸드폰를 고를 때 기준은 사진/영상이 얼마나 예쁘게 나오는가이다.
4. 전시 성과를 위해서는 사전 미팅을 잡아라
다른 전시회에 비해 가장 invitation only business meeting booth가 많은 곳이기도 했다. 삼성, LG, 화웨이 등 여러 회사들이 전시 부스와 별도로 미팅 부스를 따로 구비해놨다.
전시회에 대한 부분적 진실이자 가장 큰 편견이랄까,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전시회, 안하면 모양 빠지니까 하긴 하는데 유의미한 성과는 없는 그런 형식적인 행사.’ 물론 제대로 된 준비가 없이 간다면 시간/돈 낭비라는 것을 인정한다. 특히 요새처럼 디지털화가 많이 진행된 시대에는 오프라인으로 비지니스를 시작한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구시대적으로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시대에도, 플래그쉽 스토어가 의미를 갖는 것처럼, 전시회는 온라인으로만은 컨텍에 한계가 있는 잠재파트너를 만나볼 수 있는 기회라는 의미가 있다. 특히 작은 회사의 경우, 온라인으로 컨텍했을 때 한번에 연결되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런 전시회에서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게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미리 참석자 리스트를 분석하여, 메일을 통해 세일즈덱을 전달하고 사전 미팅을 잡는 게 실제 딜 성사에 큰 도움이 된다.
5. 전시부스는 역시 위치
어느 전시회에서나 느끼지만, 구석에 지나다니는 사람 없는 곳에 하느니 안하는 게 낫다. 차라리 그러느니 패스 하나 사서 잠재파트너사 부스 돌아다니는 게 이득이다. 이왕 참가할 계획이라면 큰 부스옆, 입구에서 가깝고 다른 곳으로 가는 길목에 하자. 또 데모로 보여줄 게 준비되지 않은 부스는 사전 미팅이 꽉 차게 잡힌 게 아닌 이상 효과가 없다. 그냥 부스 그래픽 디자인만 하고 앉아서 유의미한 트래픽 없이 시간만 떼우는 경우를 많이 봤다. 참여해볼 수 있거나 시각적으로 솔루션이 잘 드러나는 데모를 꼭 준비해보자.
끗!
Note:
이 글은 브런치에서 티스토리로 옮겨온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