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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Lies Bleeding' 영화 리뷰 - 관전 포인트 4가지

banana-adventure 2024. 8. 8. 08:47

#영화 간단 소개 

한 마디 감상평:
"더티섹시 두 여 주인공들이 근육으로 말아주는 신선한 로맨스 스릴러"


감독 / 주연배우 / 제작사 / 장르 / 평점 :

  • 감독: Rose Glass 로즈 글라스

  • 주연배우:
    Kristen Steward 크리스틴 스튜어드 (작중 Lou 루) - <트와일라잇>의 그녀.
    Katy M. O'Brian 케이티 엠 오브라이언 (작중 Jacky 잭키)
    Ed Harris 에드 헤리스 (작중 루의 아버지) - <웨스트월드>부터 느낀 거지만 소름끼치게 무섭고 건조한 악당(?) 역할 찰떡이다.

  • 제작사:A24
  • 장르: 네오느와르 블랙 코메디 로맨스 스릴러 - 굉장히 길..지만 맞말이긴 해
  • 평점: 로튼 토마토 기준 94%, IMDb 기준 6.9/10, 필자의 주관적 평점은 B-

영화 관람시에 눈여겨보면 좋을만한 관전 포인트를 4가지로 추려보았다. 포인트에 집중해 보면서 영화 이해도와 재미를 높여보자!

#관전 포인트 4가지

포인트 1. 트와일라잇의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선사하는 원초적 퀴어 연기

땀한방울 나지 않을 것 같은 트와일라잇의 그녀가 새로 주연으로 선택한 작품이 거친 숨소리와 송글송글한 땀이 불끈 튀어나온 핏줄위로 흐를 것만 같은 이 작품이라는 게 신선하다. 근데 찰떡으로 잘 어울리는 것이다. 특히 격앙되었지만 단순하게 툭툭 내뱉는 그녀의 연기가 어색하고 서툰 것처럼 느껴지면서도 또 어떻게 보면 '루'라는 무뚝뚝한 듯 아직 어리고 서툰 캐릭터가 할만한 반응인 것 같아서 보면서 웃음이 났다.

사실 근육질의 여성 캐릭터가 미디어에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들의 메스큘린한 더티섹시한 매력을 이렇게 원초적인 섹시함으로 조명한 작품이 있었던가. 대부분은 그저 사이드 캐릭터로, 남자들이 무서워할 정도로 쎈- 정도에서 겉핡기식 다양성을 보여주는 데서 그치곤 한다. 아마도, 근육이 꿈틀거리고 핏줄이 솟는 레즈비언 여성의 몸을, 위협적일 정도로 강렬하고 섹시하게 주연으로 다룬 작품은 이 작품이 처음일 것이다. 이제 캐릭터가 겨우 퀴어라는 설정 하나로만 정의해도 특별한 네러티브로 찬사받던 시대는 지났다는 것도 실감한다. 퀴어라는 스펙트럼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특성을 다면적으로 다뤘다는 게 눈여겨 볼만한 포인트이기도 하다. 

 

포인트 2. 시각적으로 강렬한 고어/호러 장면들

감독의 기존 호러 영화 제작 이력이 묻어나는 게 아닐까? 감독은 어찌보면 평범할 수 있는 소재들을 가지고 시각적으로 어떻게 상상하지 못하게 조합하여 신선하게 불쾌감과 쇼크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아는, 배운 사람임에 틀림없다.

 

당연히 이 영화에는 선혈이 낭자한 전형적인 고어 장면도 나온다. 하지만 필자는 그보다도 피 한방울 없이도 불편함과 그로테스크함을 증폭시킨 장면들이 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하단 스포일러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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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JJ의 턱이 덜렁덜렁해져버린 사체가 뇌리에 꽂혔을 것이다. 물론 이 장면도 예측할 수 없는 빠른 전개로 쇼크에 부채질을 했긴 하다. 아무리 근육질이라지만 여자인 잭키가 종잇장 찢듯이 성인 남성인 JJ를 내려찢어 죽여버리지 않던가.

 

하지만 필자는 그보다도 피 한방울 없이도 불편함과 그로테스크함을 증폭시킨 장면들이 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막혀버린 화장실의 머리카락, 담배꽁초, 오물이 뒤섞인 정체를 알 수 없는 액체와 덩어리들을 치우는 담담하게 치우는 루의 모습부터, 근육이 오일에 반짝반짝 꿈틀거리고 땀이 줄줄 흐르는, 자칫하면 폭력적이어 보일정도로 강렬한 배드신, 그리고 무엇보다 엄지 발가락과 검지 발가락 사이를 클로즈업하여 긴 주삿바늘을 꽂아 스테로이드를 주입하는 장면까지. 눈을 찌뿌리면서도 떼기 어려운 장면들을 보며 은밀한 카타르시스도 느껴보시라.

 

포인트 3. 사건의 중심에 있는 '폭력성'의 상징물

이 영화의 주 키워드는 '폭력성'이다. 영화는 루와 잭키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련의 갈등과 사고, 그리고 이를 수습하려 할수록 점점 더 큰 사건과 혼란으로 빠지는 과정을 다룬다. 그 모든 과정에서 갈등과 사고의 시발점은 항상 '폭력성'에서부터 비롯한다. 주인공이 관계를 맺는 주요 캐릭터들과 그들을 대변하는 상징물들이 '폭력성'을 띈다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이다.

  • 아버지와 '총':
    오랜 기간 계획적인 범죄 행위를 행하고 작은 마을의 권력을 꽉 잡고 있는 아버지는 대외적으로 '총' 사격장을 운영하고 그의 사무실에는 '총'이 벽면 빼곡하게 차있다. 그리고 그의 비릿한 범죄 행위를 마무리하는 건 '총'이다.
  • 잭키와 '스테로이드':
    '총' 같은 무기보다는 자신의 신체적 강함을 믿는다는 재키와 아버지의 대립구도도 재밌는데, 또 아이러니하게도 재키 역시 점점더 외부의 물질인 '스테로이드'에 의존하고 그 효과로 더 강해진 자신의 신체적 파워를 과시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스테로이드'를 투여할 때마다 충동적으로 폭력적 행동을 벌여 자신을 더 큰 사고와 위험으로 몰아넣기도 한다. 실제로 스테로이드를 투여하면 아드레날린이 높아지며 폭력적이고 충동적이어지는 Roid Rage라는 현상이 있다고 하는데 이를 참고한 설정일테다.
  • 언니와 '형부':
    마지막으로, 언니가 사랑해 마지않는 '형부'는 가정폭력과 바람 피우는 행위를 상습적으로 저지르며 점점 더 언니의 생명을 위혐할 수준으로 폭력성이 커져만 간다. 언니는 자칫 보면 가정폭력의 피해자일 뿐, 폭력성을 띄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루와의 관계성을 생각해볼 때에는 자기학대를 방치하고 루의 개입을 거부한다는 측면에서 루에게는 폭력적인 관계에 일환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포인트 4. 그러한 폭력적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주인공 '루'의 딜레마

영화 시작점에서 주인공 '루'는 자신을 착취하는 폭력적인 관계들에서 벗어나고자 하지만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아버지, 전 애인, 언니로 대변되는 폭력적인 관계들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루의 투쟁을 다룬 작품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자신이 저지른 더러운 일들의 뒷처리를 위해 어려서부터 루를 범죄행위에 가담시킨 아버지와 관계를 끊고자 하지만 동시에 루는 아버지의 소유의 헬스장에서 일하며 간접적으로 아버지에게 의존한다. 연애 생활에서도 다를바가 없다. 사람도 많이 없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하물며 레즈비언인 루가 연애상대로 만날 수 있는 사람은 한정적이다. 아니, 딱 한명, 눈치 없고 매력없는 데이지 뿐이다. 루는 데이지에게 그닥 감정적인 유대나 매력을 느끼지 못하지만, 따로 대체할 수도 없기에 그녀와의 관계를 맺지도 끊지도 못한 채 이어나가고 있다. 데이지는 루에게 큰 호감을 보이지만, 어딘가 자신을 피하는 것 같고 불편해보이는 루의 거절 신호를 못본 척하고 자신의 욕망만을 위해 무작정 달려든다. 심지어 나중에는 루의 약점을 빌미로 끝끝내 자기와의 관계를 억지로 이어나가게 하는 폭력적이고 교묘히 조종하는(manipulative) 성향도 보인다. 루의 언니는 루가 사랑해마지않는 유일한 가족이지만, 언니 자신에게 행해지는 가정폭력을 방치하고 루가 그 폭력의 고리를 저지하지 못하게 막는다. 루는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이 학대당하는 것을 항상 지켜보기만 해야하는 감정적 학대를 당한다. 그리고 루는 언니가 잘못될까봐 지긋지긋한 것들로 가득한 이 시골 마을에서, 그리고 모든 착취의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번쩍 나타난 이방인 '잭키'는 '루'에게는 구원 같은 존재다. 이 지긋지긋한 마을 사람이 아닌데다가, 어딘가 매력적이고 잘 통하는 것만 같다. 루가 고통받고 있는 많은 문제들의 고리를 끊어주는 것 역시 '잭키'이다. 하지만 동시에 루의 잭키의 관계는 점점 더 아버지의 폭력적 관계와 닮은꼴이 되어간다.


----하단 스포일러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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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키는 루를 대신해서 루가 혐오해마지않는 형부를 찢어죽여버리고, 데이지 역시 한방에 날려(?)버린다. 그리고 마지막엔 자신을 죽이려 하는 아버지까지 간단(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하게 제압하고 총없이는 무력한 노인으로 만들어버린다. 그 뿐인가, 루처럼 심심하고 작은 마을에서 자라온 잭키는 루와 다르게 그 마을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유토피아, 캘리포니아로 가는 중이다. 잭키는 루에게도 같이 떠나자고 작중내내 달콤하게 제안한다.


그런 잭키에게, 언니가 걱정된다는 핑계를 대며 마을을 떠나지 못하는 루의 모습이 복선이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루의 구원자 잭키는 실상 루가 그렇게나 벗어나고 싶어했던 아버지와 똑닮은꼴이다. 루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점이 닮았다. 그렇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가차없이 그녀를 버린다는 점도 닮았다. 폭력적이고 이기적이어서 사건사고를 일으킨다는 점도. 그리고 그럴 때마다 뒷처리를 맡아 같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건 여전히 루이다. 영화는 마치 루와 잭키가 함께 마을에서 도망가며 해피엔딩을 맞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실상은 과거의 폭력적인 관계들을 새로운 폭력적인 관계로 대체하고 도돌이처럼 그 관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호러(?)엔딩으로 해석해야 하지 않을까? 엔딩 씬을 보자. 재키가 편하게 잠들어 있는 동안, 루는 재키가 죽인 줄 알았던 데이지가 아직 살아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루는 재키가 깨기 전에 데이지를 다시 한번 죽이고 묻어 이 문제를 수습한다. 예전에는 아버지의 범죄를, 이제는 재키의 문제들을 능숙하게 수습하는 루의 모습에서, 자신도 모르는 새에 착취하는 상대에게 의존하고 그들의 문젯거리를 수습하는 역할에서 자신의 가치를 찾는 그녀의 모습이 어딘가 안쓰럽다. 그리고 그 모습이 그녀가 차마 이해하지 못했던 그녀의 언니의 자학과 닮아 있어 안타깝기 때문인가보다. 몽환적이고 햇쌀 쨍쨍한 이 엔딩씬은, 이 되풀이되는 네러티브와 맞물려 이 영화의 장르가 로맨스 '스릴러'라는 걸 상기시켜주며 기시감 속에서 막을 내린다.